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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9001314
한자 雇只
영어공식명칭 Goji
분야 생활·민속/생활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충청남도 부여군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강성복

[정의]

충청남도 부여 지역에서 논 한 마지기에 대한 품값으로 미리 쌀을 빌려다 먹고 나중에 품으로 갚는 농사 관행.

[개설]

고지는 논 한 마지기[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략 660㎡에 해당함]에 대한 품삯을 미리 쌀로 받고 나중에 모내기부터 김매기까지 농사일을 해 주는 노동력 교환 관행이다. 주로 가난한 농민이 농번기에 이르기 전에 식량을 변통하는 수단으로 고지를 사용하며, 이를 “고지를 먹는다” 또는 “고시를 쓴다”라고 한다. 고지는 지주와 고지를 먹는 사람이 신용을 전제로 한 구두 계약으로 성립된다. 고지를 먹은 사람은 지주가 요구하는 날짜에 반드시 품으로 갚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다. 노동력을 노동력이 아닌 쌀로 주고받는다는 점에서 품앗이와 다르다.

충청남도 부여 지역의 고지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전통사회부터 내려온 오래된 전통으로 알려져 있다. 부여 지역에서 고지로 수행하는 농사일은 모내기, 논매기, 피사리, 벼베기, 타작, 보리풀 등을 두루 아우른다.

[종류]

부여 지역의 고지는 마을마다 다소 차이가 있는데, 대개는 고지와 삭고지로 나뉜다. 마을에 따라서는 양고지, 삭고지, 장고지, 심을고지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양고지는 고지를 먹은 사람이 지주의 논에 대하여 모내기·논매기[3회]·벼베기까지 일을 해 주었다. 벼바심[탈곡]은 지주가 알아서 한다. 따라서 쌀 1말[약 18ℓ]을 먹으면 통상 5일 품을 파는 것이 보통이다. 양고지는 지주가 고지꾼에게 점심을 제공한다.

삭고지[막고지]는 양고지보다 쌀을 조금 더 받는 대신에 식사는 스스로 해결하는 방식이다. 보통 쌀 1말 2되[약 21.6ℓ]를 받고 ‘고지 계약’이 이루어진다. 과거 보릿고개를 넘기기 어려웠던 시절에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쌀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삭고지를 택하기도 하였다.

장고지[또는 삭고지]는 모내기에서 벼바심까지 해 주는 관행이다. 이를테면 고지를 먹은 사람이 논농사를 사실상 다 해 주는 것이다. 따라서 작업량이 가장 많고 힘든 고지이다. 게다가 탈곡 시에 창고까지 운반해 주어야 한다. 그러한 대가로 고지를 먹은 사람은 양고지의 두 배에 이르는 한 마지기당 쌀 2말을 받았다. 따라서 장고지 3말을 먹으면 본인 농사는 폐한다는 말이 회자될 만큼 장고지 노동은 힘들고 고달팠다.

심을고지는 모내기만을 대상으로 하는 고지이다. 모내기가 임박하였으나 일손을 구하지 못한 농가에서 택하는 방식이다. 품값은 여느 고지보다 얼마간 후한 편이었으며, 한 마지기에 벼 1말을 받았다.

[고지 대장]

보통 부여 지역의 고지는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지주와 개별적인 구두 계약을 맺음으로써 성립된다. 들이 넓은 지역에서는 고지를 주선하는 역할을 맡는 고지 대장이 있었는데, 이러한 주선자를 ‘모개비’ 또는 ‘모수’라 불렀다. 농번기에 많은 인력이 필요한 부잣집에서는 대리인 격인 모수에게 고지 쓸 일꾼을 미리 부탁하여 필요한 인원[약 10여 명]을 대면 쌀 1말이나 웃돈을 별도로 지급하였다. 모수가 고지를 모집하는 방식의 ‘자릿고지’도 있다. 자릿고지는 모수가 고지를 먹을 사람 10명을 모집하여 인원수대로 나누어서 모내기부터 벼베기까지 일을 해 주는 것을 말한다.

[의의]

고지는 식량이 떨어지는 다급한 시기에 가난한 농가가 곡식을 빌리는 수단이 되었지만, 농사를 많이 짓는 농가는 노동력을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기에 상대적으로 얻는 이익이 컸다. 신용을 바탕으로 성립되는 농사 관행이기에, 제때 약속을 지키지 못하거나 농사일에 게으른 사람은 고지를 먹을 수 없었다. 지주가 원하는 날짜를 일하기 어려운 경우, 따로 품을 얻어서라도 일손을 맞추어야 하였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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