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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데이터
항목 ID GC08601228
한자 根耕法
이칭/별칭 윤작법,돌려짓기
분야 생활·민속/생활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경기도 화성시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안승택

[정의]

경기도 화성 지역에서 1년 2작 혹은 2년 4작으로 밭농사를 짓는 농법.

[개설]

근경법은 한국농업사에서 흔히 윤작법(輪作法) 혹은 돌려짓기라 불리는 농법의 하나로, 밭 이모작 농사에서 보리·밀 등 앞그루[전작(前作)] 작물을 수확한 후 재빨리 세 번의 쟁기질[세 가웃지기] 혹은 네 번의 쟁기질[네 가웃지기] 아니면 여섯 번의 쟁기질[여섯 가웃지기]에 의해 밭을 갈아 두둑을 만들고 그 위에 조·콩·팥 등 뒷그루[후작(後作)] 작물을 세 줄이나 네 줄로 파종하는 농법을 말한다. 화성시 전 지역에서 근경법 농사를 지었으며, 화성 지역은 한반도 농업사에서 역사적으로 유서가 깊고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이기도 한 근경법 농사를 대표하는 고장이기도 하다. 실제 현장연구 결과를 통해서도 이루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근경법 경작 사례가 확인된다.

[화성 지역의 근경법]

1429년 간행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농서인 『농사직설』에는 콩·팥의 파종법을 춘경(春耕)[봄갈이]과 근경(根耕)[그루갈이]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즉 한반도 근경법의 역사는 적어도 6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간다. 근경법의 우수성과 범용성에 대한 인식은 조선 시대 내내 이어져서, 1798년 정조가 내린 농서를 구하는 윤음에 응하여 농서를 지어서 올렸던 강원도 홍천의 유생 이광한은 “농사에서 일 년에 두 번 가는 것을 그루갈이라고 합니다. 농사의 근면함이나 토지의 이용은 이 방식으로 모든 것을 다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적기도 하였다.

정작 화성 출신의 우하영은 1800년경의 저술인 『천일록』에서 또 다른 밭 이모작 농법인 대우법의 우수성을 설파하며 경기 남부 사람들이 근경법을 고집하는 점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이는 그만큼 경기 남부, 특히 화성 지역 사람들이 근경법과 깊이 연결되어 있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인 농학자 중에는 모내기철 가뭄 끝에 비가 왔을 때 수원·화성의 농민들이 논이 아니라 밭에 달려가 근경에 몰두하는 모습을 신기해하며 적은 이도 있었다. 이 역시 근경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일화라 할 수 있다. 근경법 농사는 해방 이후에도 이어져, 보리와 밀의 경제적 가치가 유용했던 한에서 현대에도 지속되었다.

현장에서의 재배방식을 보면, 앞그루 작물로 심는 보리나 밀은 대개 전년 늦가을에 심고, 간혹 당년 초봄에 파종하기도 하며, 파종처는 쟁기로 갈아서 일군 밭의 고랑 속이다. 앞그루 작물인 보리와 밀은 망종 때 뿌리가 끊어지고 하지 무렵이 되면 수확하는 것으로 농민들에 의해 설명되는데, 대개 밀의 수확 시기가 보리 수확 시기보다 늦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근경법에 의하면, 보리와 밀을 수확한 뒤 바로 밭을 갈아서 두둑을 만들고 뒷그루 작물을 파종한다. 뒷그루 작물 파종 후 대개 들깨, 수수, 참깨 등 각종 부작물을 두둑의 중앙 혹은 가장자리에 혼작하고, 곳에 따라 열무 등도 혼작한다. 이 혼작 부작물의 종류 및 파종법에 의해서도 여러 지역적 특성들을 분별해낼 수 있다.

화성 지역에서 뒷그루의 파종은 대부분 농서에 족종법(足種法)이라고 기록되는 발심기의 방법에 의했다. 이는 보리밭을 네 가웃지기로 갈아서 두둑을 지은 뒤, 오른발로 자욱을 내고 콩 종자를 넣은 다음 왼발로 툭 쳐서 덮는 방식이다. 반면 평택시 포승면이나 청북면 등에서는 파종하는 사람이 발로 자욱을 져서 파종하면 복토하는 사람이 뒤를 따라 오면서 발고무래 등을 사용하여 덮는 일이 많다. 또 이천이나 안성 등지에서는 파종과 복토 모두 발로 하지만 두둑 위에 세 줄로 심어간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근경법의 농업기술 측면에서도 여러 지역적인 특색이 관찰되는데, 역시 화성의 방식이 가장 주류적 방식으로 보인다.

화성을 필두로 경기 남부의 농민들은 논에서 늦어진 모내기 작업, 밭에서의 앞그루 수확 작업, 뒷그루 파종 작업 등 세 그루의 작업이 겹치는 때를 일컬어 ‘삼그루판’이라 하며, ‘삼그루판에는 부지깽이도 뛴다’ ‘삼그루판에 제 일 할 때는 굼벵이도 세 길을 뛴다’는 식의 표현으로 그 분주함을 표현한다. 조선시기의 농서(農書)에서는 이를 삼농극망지시(三農劇忙之時), 즉 세 가지 농사일로 인해 극도로 바쁜 시기라 표현하는데, 이것이 바로 삼그루판을 가리킨다. 근경법 앞그루 수확과 뒷그루 파종이 이루어지는 6월 중하순은 가뭄으로 약간씩 늦어지기 일쑤였던 모내기철과 일이 겹치기 마련이었기에, 삼그루판의 상황은 매년 되풀이되다시피 했다. 앞서 모내기철 가뭄 끝에 비가 왔을 때 논이 아니라 밭으로 달려가던 농민들의 이야기 역시 이 상황의 일이라 이해된다. 앞그루의 수확 후 밭을 갈아 두둑을 만들고 여기에 뒷그루를 파종하려면 어느 정도 땅에 습기가 있어야 하였기에, 이 역시 조금이라도 비가 오기를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화성 지역은 경기 남부 지역에서도 상대적으로 비가 늦게 오는 지역에 해당하기에, 이 삼그루판의 분주함은 남다른 것이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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