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목차

구비전승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0500162
한자 口碑傳承
영어음역 gubi jeonseung
영어의미역 folklore
분야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지역 전라남도 진도군
집필자 나경수

[정의]

말(음성언어)로써 전해지는 민간의 지식 총체.

[개설]

구비전승이란 문학적 성격을 지닌 구비문학과 비문학적 성격의 말로 된 생활기술지식을 총칭하는 말이다. “한 사람의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진다.”는 아프리카 속담도 있듯이, 글로 쓰인 지식이 책에 담겨 도서관에 있는 데에 반해 말로 이루어진 지식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의 형태로 보관된다.

구비(口碑)라는 말 자체가 각각 말과 기억을 지칭하는데, 구(口)는 입을 뜻하지만 입으로 하는 여러 가지 기능 중에서 특히 말을 지시하며, 비(碑)는 본래 비석을 뜻하지만 오랫동안 기억하기 위해 비석을 세우는 것처럼 이는 심리적인 기억을 지시하게 된다.

따라서 구비라는 말은 표현이 될 때는 말로 수행되고, 표현되지 않고 있을 때는 머릿속에 기억되는 형태로 저장이 된다. 결국 구비전승이란 말과 기억에 의존하여 전승되는 민간의 지식 전체를 총칭하여 부르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글이 없는 민족은 있지만, 말이 없는 민족은 없다. 글보다 말이 먼저 생긴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지만, 그 보편적 편재로 보더라도 글보다는 말이 앞선다. 인류사를 통해서 글이란 다른 어떤 것과 비견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한 발명이다. 하지만 글에 앞서 말의 유용성은 다른 어떤 것으로 대체될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것이다.

동물에 비해 인간 자체가 위대한 것이 아니라 언어가 위대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언어는 인간이 문화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본원적인 기능을 맡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말은 단순히 현장적인 언어소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억에 의해서 앞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지식을 전승시키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그 위대성이 부각된다.

전승의 입장에서 글과 말의 차이는 다른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현대사회는 의무교육이 일반화되어 문맹자가 거의 없지만, 불과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소수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민중은 글을 알지 못했으며, 따라서 글을 알지 못하는 민중은 기억과 말에 의존해서 의사소통과 정보교환을 할 뿐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구비전승이란 민중의 문화라고 한정할 수도 있다.

[현황]

진도군에서 말의 형태로 민간에서 전승되어오는 내용은 많을 것이며, 현재도 역시 새로 만들어져서 전승되고 있을 것이다. 구비문학은 말할 것도 없지만, 이러한 예술적 또는 문학적 성격을 띠고 있는 것 말고도 수많은 지식과 지혜가 말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진도뿐만 아니라 우리 학계에서 지금까지 구비전승이라고 하면 대개 구비문학에 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구비문학이 아닌 다른 성격의 구비전승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거나 연구된 예가 거의 없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아버지가 아들에서, 이웃집 사람이 옆집 사람에게 말로 전달하는 정보의 양과 내용은 매우 다양하고 많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특정한 성격, 즉 구비문학으로만 구비전승을 한정해온 것은 여러 가지 점에서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특히 전승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말로 전승되는 구비전승도 있지만, 말이 없더라도 행동 자체가 전달 또는 전승의 기능을 맡고 있는 행위전승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와 연구가 시도된 바가 적어 진도군의 구비전승을 다루는 여기에서도 역시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능별 전승 유형]

구비전승을 기능별로 크게 나누면, 예술적 동기와는 관련이 적은 지식전승이나 기술전승의 기능을 하는 구비전승 등이 있을 수 있다. 기록물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언어임에 반해서 말로 행해지는 대화는 현장적이고 현재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크게 받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자면 기록문학이 고정적인 데 반해 구비전승은 가변적이며, 이러한 가변성은 망각이나 왜곡 등 부정적 요소도 없지 않지만, 개성적이며 창조적인 전승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측면도 가지고 있다. 전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진 구비전승은 그런 점에서 보다 발전된 내용을 가질 수도 있다.

한편 글에 비해 말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크게 받는다는 것은 지역성이 강하게 드러난다는 뜻으로 보아도 될 것이다. 진도군에서 전해지고 있는 구비전승은 그런 점에서 진도의 지리적·역사적·사회적 환경을 담고 전승되는 것이어서 훨씬 개성적이고, 특수하며, 또한 개별적이라는 측면에서 나름대로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여기에서는 진도군에서 전승되어 왔을 것으로 생각되는 전형적이며 대표적인 구비전승을 몇 가지만 예로 들어서 지역문화와 관련지어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문예전승의 기능을 하고 있는 구비전승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구비문학이라고 불러왔던 민간문예물들이다. 설화(신화·전설·민담), 민요, 판소리, 속담, 수수께끼, 무가(巫歌), 민속극 등을 꼽을 수 있다. 물론 다른 문예적 구비전승도 있겠지만, 전설과 민요의 경우는 가장 지역성이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설은 그것이 전승되는 지역에 전설의 증거물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지역에 충실히 전승이 되며, 민요는 또한 그 지역의 독특한 음악과 함께 가창되기 때문에 지역성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상여소리나 들노래의 경우도 이웃 마을 간에 다르다고 하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이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진도아리랑이다. 진도라는 지역명이 이미 진도에서 발원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진도아리랑을 누가, 언제, 어떤 연유로 만들어 불렀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전승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진도아리랑이 전라도의 동부지역에서 불리는 산아지타령과 닮아 있다는 사실이다. 산아지타령은 논매기를 하면서 부르는 일노래이다. 그러나 진도아리랑은 놀면서 부르는 유희요이다. 일노래인 산아지타령이 유희요인 진도아리랑으로 개성적 발전을 한 것은 일제강점기 초로 여겨진다. 당시 진도 신청에서 박종기라는 진도의 대표적인 무당을 중심으로 하여 매우 흥겨운 진도아리랑 가락이 시험되었다는 설도 있다.

산아지타령과 진도아리랑은 메기는 소리는 같지만 받는 소리인 후렴이 다르다. 진도아리랑 후렴의 가락은 매우 흥을 돋울 수 있는 형태로 다시 만들어졌다. 이는 전통의 창조적 계승 또는 전통의 창조적 발전이라고 볼 수 있는 증거이다. 진도아리랑은 전라도 민요의 전통을 살리면서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전라도 전역으로 금방 전파되었다. 또한 흥겨운 가락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애창하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매우 강한 전승력을 보이고 있다. 진도아리랑은 진도사람들의 예능적 기질이 강한 면모를 보여주는 구비전승이며, 역으로 말하자면 진도사람들의 예능적 소질이 바로 진도아리랑과 같은 대표적인 남도민요를 만들어 구비전승을 시켜온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 구비전승 중에는 지식전승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들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지명과 관련한 이야기들이다. 예를 들면 진도읍왕무덤재라는 고개 이름은 삼별초와 고개에서 타살되어 그곳에 묻힌 비운의 왕 왕온에 대한 역사적 정보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군내면에 있는 노적봉은 임진왜란 때 왜군을 속이기 위해 산봉우리에 군량미를 쌓아둔 것처럼 이엉을 둘러서 노적의 모양으로 만들었던 이순신 장군의 빛나는 전술을 가르쳐준다.

또한 농업과 어업을 주로 했던 진도지역에서는 자연의 날씨에 따라 풍흉이 결정되기도 하고, 또 그에 대한 대비를 세워야 할 때도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계절별 바람과 바람의 방향에 따른 명칭 등이 매우 발달해 있으며, 날씨의 변화에 적응 또는 대처할 수 있도록 어떤 행위를 직접 지시하는 구비전승도 많다. 예를 들면 마파람이 불면 비가 온다거나 달이 붉으면 가뭄이 든다거나 하는 예가 그것들이다. 절기에 따른 농사력이 구비전승의 형식으로 전해지는 예도 있다. 또한 많은 민간요법도 구비전승이라는 형태를 통해서 민간에 의료지식으로 전하고 있다.

기술전승의 기능을 하는 구비전승도 있다. 물론 구체적인 기술의 대부분은 행위전승에 의해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말의 형태로 전승되면서 기술적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구비전승도 많다.

오랜 집단적인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서 축적되어온 기술적인 측면, 즉 어떤 일은 어떻게 하고, 또 어떤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조치를 하라는 식의 말들이 민간에 전해지는 예가 허다하다. 농업이나 어업과 관련한 기술적 조치, 가사노동이나 생활기술에 대한 기술적 문제, 그리고 여러 가지 생활 제잡사에 대한 수많은 기술적인 사항들이 구비전승에 담겨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간장과 된장을 담그는 방법이나, 맛있게 요리하는 방법 등이 여성들 사이에 구전으로 전한다. 또 어부들 사이에는 그물을 만드는 방법과 고기를 잡을 때 필요한 여러 가지 주의사항 등이 말로 전하고 있으며, 쟁기질을 하는 방법, 논매기를 하는 방법 등도 나름대로 구비전승되고 있는 사례가 많다. 특히 기술전승은 그 사회의 생산력 및 생산량과 직결되는 것이어서 기능적 효용성이 대단한데, 예를 들면 길쌈두레를 하는 경우, 도레꾼들 사이에 전해지고 있는 구비전승은 길쌈의 생산력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상의 지식인 셈이다.

[의의와 평가]

글이 아닌 말로 이루어진 구비전승은 민간의 지식과 기술, 그리고 문예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기능을 해왔다. 이들 중에서 전국적이거나 보다 광역에 걸쳐 유사한 전승이 이루어지는 예도 있고, 또 특정 지역에 한정하여 전해지는 예도 있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구비전승 중에서 주로 구비문학 분야에서는 나름대로 조사와 연구가 진행되어왔으나, 앞으로는 기술전승·지식전승과 관련한 구비전승 역시 조사와 연구가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자료들은 민족의 자산이요 또한 지역문화의 자원이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는 정리되고 교육되어야 마땅하다.

[참고문헌]
등록된 의견 내용이 없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