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토리분류

닭이 울면 술이 익는다. 남양주의 속성주, 계명주 이전항목 다음항목
메타데이터
항목 ID GC08900011
한자 鷄鳴酒
분야 생활·민속/생활
유형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지역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지둔리
시대 현대/현대
집필자 구자원
[상세정보]
메타데이터 상세정보
특기 사항 시기/일시 1987년 2월 12일 - 계명주 기능보유자 최옥근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호 지정
특기 사항 시기/일시 1996년 4월 4일 - 계명주 기능보유자 최옥근 농림부 전통식품 명인 제12호 지정

[정의]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지둔리에서 전승되는 전통주.

[개설]

계명주(鷄鳴酒)는 술을 담그면 다음날 새벽에 닭이 울 때는 다 익어 마실 수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반적인 술은 누룩을 넣어 술을 숙성시키는데, 계명주는 누룩뿐만 아니라 엿기름·조청·사탕 등을 더하여 숙성을 촉진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계명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술은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해 왔다. 농경을 시작한 이후 식량의 생산량이 점차 증대되고, 급기야 배를 채우고도 남는 식량이 생기자, 인간은 삶거나 찌는 대신 발효라는 새로운 방법으로 곡물을 먹기 시작하였다. 여름철이 되면 계절풍이 불어 고온다습하여지는 아시아 농경문화권에서 최초의 발효는 의도된 것이라기보다는 곡물 보관 과정에서 생긴 실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누룩곰팡이가 곡물을 뒤덮은 후 생긴 국물을 인간이 마시게 된 것은 무모하면서도 용기 있는 행동이었고, 동시에 인간의 생활을 크게 바꾸어 놓았다.

술은 인간의 희로애락의 모든 순간에 함께하며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술은 특유의 향과 맛으로 인간에게 독특한 감각을 느끼게 하였고, 단순한 기호품을 넘어 경건한 의식이나 의례에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술을 준비하여야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그런 고민에서 나타난 술이 빨리 익는 속성주다. 하루 만에 익는 일일주(一日酒), 사흘 만에 익는 삼일주(三日酒), 그리고 빚은 다음날 첫 닭이 울기 전에 익는 계명주(鷄鳴酒)가 바로 이 속성주 가운데 하나다.

6세기 중엽 중국 북위(北魏)의 가사협(賈思勰)은 『제민요술(齊民要術)』에 ‘빚은 다음 날 새벽닭이 울기 전에 다 익어서 마실 수 있는 술’을 기록에 남겼다. 한반도에서는 적어도 12세기 이전부터 속성주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12세기 초엽 고려에 사신으로 방문했던 북송(北宋)의 서긍(徐兢)은 『고려도경(高麗圖經)』이라는 기행문을 남겼는데, 그 안에서 고려인들이 마시는 계명주가 처음 거론되었다. 처음 제조된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고려를 다녀간 외국 사신의 눈에도 인상이 깊었던 술이 계명주라는 점은 알 수 있다.

고려 시대 이후에도 계명주의 명맥은 끊어지지 않았다. 조선 시대에는 허준(許浚)의 『동의보감(東醫寶鑑)』, 김육(金堉)의 『유원총보(類苑叢寶)』, 서유구(徐有榘)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등 다양한 문헌에서 계명주를 언급하였으며 그 제조법과 효능에 대하여 상세한 기록을 남긴 경우도 적지 않다. 시대와 문헌에 따라 계명주의 재료와 제조법은 조금씩 다르게 기록되었지만, 곡물·누룩·엿기름을 사용하여 빨리 숙성시키는 속성주라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뚜렷하게 확인된다.

오늘날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전승되는 계명주는 평안도에서 유래한 것이다. 1951년 1·4후퇴 당시 평안남도 강동군 삼등면 송가리에 거주하던 고(故) 장기항의 어머니 고 박채형이 오늘날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 지둔리로 피난 올 당시 챙겨 왔던 집안 제삿날을 기록한 기일록(忌日錄)에 제주(祭酒)로 쓰이던 계명주 제조법이 적혀 있었다.

박채형은 이렇게 집안 대대로 내려오던 계명주 제조법을 며느리 최옥근에게 전하였다. 오랫동안 계명주는 결성 장씨(結成 張氏) 집안에서만 빚어지다가, 민속주 학자인 이성우(李盛雨) 박사가 소문을 듣고 찾아오며 비로소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최옥근은 1987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되었으며, 1996년에는 농림부 식품명인 제12호로 지정되었다. 최옥근은 현재 전승교육사 이창수와 전수장학생 이창훈과 함께 계명주의 전승을 이어 나가고 있다.

[계명주 만들기]

일반적인 탁주가 고두밥에 누룩을 섞어 버무린 후 걸러 내어 만드는 반면, 계명주[엿탁주]는 쌀로 지은 고두밥이 아니라 옥수수·수수, 엿기름으로 죽을 쑤고 누룩과 솔잎을 넣는 것이 특징이다. 이 밑술을 죽으로 만드는 과정이 계명주의 빠른 숙성의 핵심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속성주에는 일일주, 삼일주, 칠일주(七日酒), 사절칠일주(四節七日酒), 시급주(時急酒), 두강주(杜康酒), 절주(節酒), 준순주(逡巡酒) 등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대부분 열흘 이내에 숙성을 마친다. 여러 번의 담금 과정을 거치는 여타의 전통주와는 달리 계명주를 비롯한 속성주는 담금 과정이 짧기 때문에 맑은 청주보다는 탁주가 많다.

현재 계명주 기능보유자인 최옥근의 계명주 제조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적절한 크기로 빻아서 탈취·표백한 누룩과 조청을 섞어 삼베 자루에서 닷새간 숙성시킨다.

2. 생옥수수·물에 불린 옥수수·싹을 낸 옥수수를 맷돌에 간다.

3. 옥수수 8되, 수수 2되, 엿기름 2되를 갈고 세 배 분량의 물과 섞는다.

4. 가마솥에서 잘 삭을 때까지 약한 불에서 익혀 죽을 쑨다. 약계명주의 경우, 죽을 쑬 때 관계, 호초, 세신, 양강, 감초, 천호, 천궁, 정향 등 약초를 넣는다.

5. 자루에 넣어 엿밥을 걸러 내고 엿물은 다시 끓인 다음 차게 식힌다.

6. 식힌 엿물을 짚불로 소독한 술항아리에 담는다.

7. 조청 8근 3냥에 담근 누룩 6근 6냥과 솔잎을 골고루 반죽하여 술독에 넣는다.

8. 25~28℃에서 여드레 정도 숙성시킨 후 걸러 내어 알코올 농도 11% 정도의 계명주를 완성한다.

약계명주의 경우 곡물·누룩·엿기름이라는 기본 재료에 후추·생강·감초·당귀 등 다양한 약성 재료를 넣어 맛·색·향을 다채롭게 만든 것이다. 계명주의 곡물 재료가 쌀이 아닌 이유는 쌀이 귀한 북쪽 지방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집집마다 술항아리를 두고 술을 빚어 마시던 시절에는 누룩, 엿기름과 같은 재료들이 일상적으로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하루 만에 계명주를 빚을 수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준비에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계명주를 빚기 위하여 최소 8일에서 최대 15일이 소요된다.

계명주 제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밑술을 죽으로 만드는 과정과 마지막 숙성 발효시킬 때 온도 조절이다.

[계명주 마시기]

계명주는 연한 담황색 빛깔에 솔잎 향이 나며, 마시면 단맛이 감돈다. 재료에 과일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향과 맛에서 상큼한 과일이 느껴지는 술이다. 마실 때 순하고 부드러워 누구나 마시기 좋으며, 많이 먹다가 자신도 모르게 취하게 되는 술이다. 취기가 늦게 오고 빨리 깨는 계명주에는 당분이 많아 피로를 회복하는 데 좋다.

중국 북송의 서긍이 고려에 사신으로 다녀오며 저술한 『고려도경』에서는 ‘고려의 잔칫술은 맛이 달고 빛깔이 짙으며 취하지 않는다’고 고려의 술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술이 계명주로 보인다. 엿기름을 넣은 달달한 탁주 계열에 속하는 계명주의 색과 맛을 잘 표현하고 있다.

[참고문헌]
등록된 의견 내용이 없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