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25A010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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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정동 |
집필자 | 신대광 |
고주물에는 마을 우물이 여러 곳에 있었다고 전한다. 그 중에는 현재도 마을 사람들이 사용하는 우물도 있지만, 옛 모습을 잃어버렸거나 시나브로 사라진 우물도 여럿 된다. 바로 그 사라진 우물 이야기를 통해 고주물이 얼마나 변했는지 알아보자.
고주물을 대표하는 우물은 역시 꽃우물이다.
이 꽃우물에 얽힌 이야기는 사연을 전하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선녀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르신들도 있으나,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도 계신다.
고주물의 토박이인 박순기 전 통장은 옛날의 꽃우물을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말야, 이 우물이 옛날에 광천수 같은 물이 많이 나왔어! 땅에서 물이 솟아나올 때 하얀 거품 같은 것이 올라왔거든. 여러 곳에서 막 올라오는데, 그 모양이 마치 하얀 꽃같이 보여서 꽃우물이라고 한 것 같아” 그리고 이 우물에서 나온 물이 화정천을 따라 흘러 내려간다면서, 화정천이 시작되는 곳이 바로 이 꽃우물이라고 하셨다.
어쨌든 고주물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이 꽃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먹었단다. 그뿐만 아니라 아낙네들이 삼삼오오 모여 빨래도 하던 장소이기도 했다. 그렇게 일상 속에 자리 잡은 꽃우물 주변으로는 항상 사람들이 모여들어 세상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이웃 간의 정을 쌓았다. 우물 아래에서는 남자들과 아이들이 고기를 잡았는데, 좁은 도랑에서 매일매일 잡아도 늘 많이 잡히는 고기들이 신기하기만 했다고. 그리고 지금까지도 우물 아래 넓게 펼쳐진 논들은 이 물에 기대 농사를 짓고 있다.
지금 꽃우물은 지붕을 올리고 주변을 시멘트로 다져서 잘 정비해 놓았다. 이렇게 잘 정비해 놓기까지는 사연이 있었다. 한국전력공사에서 마을 뒤에 있는 지붕터산에 송신탑을 세우려고 하자 마을 사람들이 마을 정취가 훼손될 것을 우려해서 반대를 했다. 그래서 한전 측과 여러 가지 협의 끝에 도달한 협상안 중 하나가 꽃우물 보수였다. 꽃우물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는 일면이라 생각되는데, 그 덕에 꽃우물은 누가 봐도 번듯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예전 꽃우물의 정다운 모습을 많이 잃어버렸고, 소담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기 힘들어졌다.
2008년 현재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꽃우물을 식수로 사용하지 않는다. 마을에 수도관이 설치되어 집집마다 수도꼭지만 틀면 콸콸 물이 나온 뒤로는 힘들게 먹는 물을 찾아서 꽃우물을 찾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만 집안의 허드렛일을 할 때는 이 우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여전히 꽃우물은 마을의 중심이다.
화정영어마을 정문에서 우측을 바라보면 느티나무가 있는데 그 바로 앞에도 우물이 있었다.
지금은 작은 텃밭이 한쪽에 자리한 빈터로 변했으나, 수도시설이 들어오기 전에는 이곳에 우물이 있어 화정초등학교에서 사용하는 물을 공급했다.
풍수지리적으로 볼 때, 고주물마을은 바다 가운데 떠 있는 배[舟] 형국이라 마을 중심에 우물을 파면 물이 짤 뿐만 아니라 마을이 물에 잠긴다는 우려로, 오랜 옛날부터 마을 중심에는 우물을 파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학교 우물은 마을 가장자리에 위치하여 큰 염려가 없었다고 한다. 우물이 깊어서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야 했는데, 수도시설이 들어온 후 혹시 모를 사고를 막고자 메워져 지금은 어른들의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이 학교 우물에서 물을 길어 교실과 화장실을 청소했을 당시 초등학생들은 이제 어른이 되어 흰머리가 생기는 나이까지 되었다. 우물의 위치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지금 그들에게 이 학교 우물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렇듯 옛날부터 우물이 많았다고 전해지는 화정동은, 아무리 가물어도 우물들이 마르지 않아 농사짓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고 화정동에서 오래도록 살 수 있었던 것도 이 우물들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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