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150138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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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의미역 | Squid, Noted product of Ulleungdo |
분야 | 정치·경제·사회/경제·산업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기획) |
지역 | 경상북도 울릉군 |
시대 | 현대/현대 |
집필자 | 윤국진 |
[개설]
오징어는 두족류 십완목(十腕目)에 속하는 연체동물의 총칭으로, 몸길이는 최소 2.5㎝에서 최대 15.2m까지 다양하다. 몸은 머리·몸통·다리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지며, 머리는 다리와 몸통 사이에 있고 좌우 양쪽에 큰 눈이 있으며, 두 개의 촉완(觸腕)과 여덟 개의 다리가 있다. 연안에서 심해까지 사는 곳도 다양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동해에서 많이 잡혔으나, 근래 들어 수온이 상승하면서 서해안에서도 잡히고 있다.
오징어류는 대부분 강한 주광성을 나타내고, 움직이는 것에 대해서 예민하게 반응하여 포착하는 성질이 있다. 이 성질을 이용하여 오징어를 잡을 때는 집어등(集魚燈)을 사용해 모인 오징어를 미끼로 낚아 올리는 방법이 널리 쓰인다. 현재는 대형 어선의 현(舷) 쪽에 다수의 자동오징어낚기기계를 장비하여 원양까지 진출하고 있다. 성어기는 7월부터 10월 사이이다.
[울릉도의 대명사 건오징어]
우리나라 장년층의 대부분은 울릉도 하면 호박엿과 함께 잘 말린 오징어가 떠오른다고 한다. 그만큼 울릉 지역에서 말린 오징어가 다른 지역에서 말린 오징어보다 맛있다는 이야기이다. 오징어는 잡은 뒤 하루나 이틀쯤 지나면 나쁜 맛과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과 비린내의 주성분인 트리메탈아민 등이 생성되어 맛과 향이 저하된다. 그러나 울릉도산 건오징어는 대체로 ‘당일바리’라고 하여, 밤사이 잡은 오징어가 항구로 들어오는 순간부터 배를 가르는 할복 작업과 건조 작업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진다.
또한 울릉도 오징어는 연근해, 또는 원양어업에서 어획되는 오징어와는 달리 울릉도의 청정 지역에서 어획되기 때문에 중금속이 함유되어 있지 않은데다, 한류를 따라 움직이는 오징어 떼가 울릉 근해에 도착할 무렵이 되면 살이 가장 통통하게 올라 육질이 두텁고 맛이 고소하며, 씹을수록 약간의 단맛이 난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 오징어보다 선도(鮮度)가 좋고 맛이 깔끔하며, 오징어의 풍부한 영양과 맛이 살아 있다고 한다.
울릉 지역에서 만든 건오징어는 귀 부위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는 섬조릿대로 오징어의 귀 부위를 뚫어서 20마리씩 끼운 다음 덕대에 걸어서 말리기 때문이다. 또한 잘 마르지 않는 다리 사이에 울릉도산[등록 제467호]이라는 표시가 되어 있는 탱깃대를 키워서 미생물의 번식도 막을 뿐만 아니라 고르게 건조시키면서 소비자들에게는 원산지에 대한 걱정까지 씻어줌으로써 울릉도 하면 오징어라는 지역 상품화에 확실하게 성공하였다고 평가받는다.
[울릉도 오징어잡이의 시작]
울릉 지역 어민들의 수산업 활동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개척령 이후부터이다. 1883년의 개척령 이후 울릉도에 입도한 개척민의 대부분은 농업 이민이어서 어업에 종사하는 것을 꺼려하여 처음부터 해변을 피하고 깊은 산골로 들어가 뭍에서와 같은 농촌 생활을 이어 가려고 했다. 이 때문에 일본인들이 코앞에서 전복과 오징어를 거두어 가도 거들떠보지 않았고, 아이들이 일본인을 흉내 내어 고기를 잡으면 종아리에 피가 맺히도록 때려 비린 뱃사람 흉내를 내지 못하게 했다.
실제 『황성신문(皇城新聞)』 1902년 4월 29일자의 기사를 보면 “일본 인구 약 550인이 모두 조선벌목자(造船伐木者)이고 …… 한민(韓民)은 대략 3,000구에 이르나 모두 전호농맹(佃戶農氓)”이라고 한 것은, 당시 울릉도민의 대부분이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전호, 즉 소작농으로 존재하면서 어렵게 생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무렵 울릉 지역 주민들의 어로 활동은 해수에 잠긴 나뭇가지를 들어올려 전복이나 소라 따위를 잡아 올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농업 생산을 주로 하며 부족한 식량을 보충하기 위해 소라와 전복, 문어, 미역, 김 등을 따먹는 정도였다.
울릉 지역 사람들이 고기잡이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에 들어와서이다. 하지만 수산업 활동의 대부분은 일본인들에 의해 영위되었으며, 울릉 지역 주민들의 활동은 자급자족을 위한 어업 활동이 전부였다. 이때도 울릉 지역 주민의 대다수는 구릉지에서 옥수수나 감자를 경작하는 농업 활동에 종사하였다. 그러면서 조금씩 일본인들의 어업 기술을 차용해 나갔으나, 해방 이후 1960년대까지 울릉군의 주된 산업은 여전히 농업이었다. 그러다가 농번기가 아닌 시기에는 꽁치와 오징어잡이를 해나가는 수가 늘어나다가 어구의 현대화가 가속화되면서 오징어잡이가 발전하게 되었다.
[울릉도 오징어의 중심지 저동항]
1967년 어업전진기지로 지정되어 1979년 12월 항만공사가 만료된 저동항은 울릉 지역에서 생산되는 오징어의 대부분을 취급하는 항구이기도 하다. 10톤급 선박 510척과 30톤급 선박 150척을 수용할 수 있는 곳으로, 태풍 등 기상특보시에는 동해 먼바다에서 조업 중인 선박의 안전을 지켜주기도 하는 곳이다.
추석 전후로 울릉도 오징어 채낚기 어업 시즌이 돌아오면 저동항은 활기가 넘친다. 저동항으로 오징어배가 들어오면 울릉도 전역은 오징어 말리는 덕장으로 장관을 이룬다. 특히 울릉읍 저동리의 주택들 지붕에 오징어를 말리기 위해 설치한 철재 막대 ‘덕장’의 경우, 오징어잡이 성어기만 되면 바닷바람을 맞으며 빽빽하게 늘어선 오징어들로 장관을 이룬다. 육지의 경우 덕장은 일반적으로 평지에 조성되지만 평지가 거의 없는 울릉도에서는 덕장이 주택 위에 많이 설치되어 있다.
[울릉도 오징어의 다양한 이름들]
울릉도 오징어는 다양한 별명을 가지고 있다. 울릉도 오징어 채낚기 기술이 일본 사람들의 어업 기반을 차용하여 발전한 것임으로, 사용되는 용어 및 오징어의 명칭에서도 일본어의 잔재가 남아 있다. 또한 ‘잡는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오징어는 보통 ‘이까[오징어를 통칭]’, 또는 ‘익까’라고 불린다. 이는 일본어 수루메이카(スルメイカ)→이카(いか)에서 온 것이다. 오징어는 잡는 시간에 따라 아사이찌[아침에 잡은 것]·요이찌[저녁에 잡은 것]·낮바리[낮에 잡은 것]로 분류되며, 잡는 장소에 따라 당일바리[가까운 인근에서 잡아 온 것], 원양바리[원양에서 잡아 온 것] 등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울릉도 오징어의 다양한 변신]
울릉도 오징어 하면 대표적인 것이 건오징어이다. 울릉도는 기후와 햇볕 등 오징어 말리기에 가장 적당한 환경으로 독특한 오징어의 맛을 자랑하는데, 특히 바닷바람과 함께 석양의 노을까지도 오징어를 말린다는 태하마을의 건오징어는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그외에도 오징어내장탕과 오징어불고기, 오징어회, 오징어순대 등으로 이용된다.
1. 건오징어
건오징어를 만드는 작업은 주로 저동항의 수협어판장에서 이루어진다. 오징어배가 들어와 입찰이 끝날쯤 때면 널따란 어판장에는 오징어와 오징어를 손질하는 아주머니들로 가득찬다. 오징어 손질은 철저히 분업화되어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따라서 오징어가 나는 성수기인 6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는 많은 사람이 동원되어 오징어 손질에 매달린다.
오징어 손질은 각 단계마다 한 축당 비용이 책정되어 있다. 배를 갈라 내장을 제거하는 작업, 대꼬챙이에 끼워 물로 씻는 작업, 트럭을 이용해 건조장으로 운반하는 작업, 건조장에서 작은 대나무를 오징어 발에 끼워 펼쳐 주는 작업[탱기치기], 발을 떼어 주고[발떼기], 귀를 뒤로 제쳐 주며[귀뒤집기], 다시 귀를 세우는 작업[귀세우기], 적당히 마르면 건물 내부로 옮겨 와 오징어귀와 몸통 펴는 작업[훑기] 등으로 구분된다. 귀와 몸통이 바르게 펴진 오징어는 태양열에 건조하거나 인공건조기에 넣어 최종 완제품을 만든 다음 스무 마리씩 묶어 한 축으로 만든다.
2. 오징어내장탕
오징어 내장에는 흰 부분과 누런 부분이 있는데, 오징어내장탕은 흰 부분으로 만든다. 오징어내장탕을 만들려면 우선 오징어 내장의 싱싱한 흰 부분을 깨끗이 손질하여 소쿠리에 건져놓고, 부드러운 호박잎은 껍질을 벗겨 알맞은 크기로 썬다. 끓는 물에 오징어 내장을 넣고 간을 맞춘다. 준비한 호박잎과 풋고추, 홍고추를 송송 썰어 넣은 다음 팔팔 끓여 내기만 하면 된다.
3. 오징어불고기
먼저 싱싱한 오징어를 잡아 먹기 좋은 크기로 토막 낸다. 고추장과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제철에 나는 울릉도 산채를 버무려 양념장을 만들어 골고루 바른 다음 중간불에 석쇠를 올려놓고 굽는다. 오징어불고기는 전국 어디에서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먹거리지만 울릉도 앞바다 청정 해역에서 잡아올린 울릉도 오징어로 만든 오징어불고기는 신선하고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4. 오징어회와 무침회
울릉도 주민들은 초장에 버무린 회무침을 오징어회라고 한다. 조리법은 회를 친 오징어를 민물로 염분을 많이 가셔 낸 후 상추, 깻잎, 미나리, 오이, 풋고추 등을 넣고 초장에 무쳐서 조리한다. 반면에 무침회는 오징어를 초장 없이 갖은 양념에 고추장만 넣고 무친 것을 말한다.
5. 오징어순대와 오징어찜
오징어순대는 오징어의 내장을 빼낸 배 안에 찹쌀과 돼지고기, 두부, 잘게 썬 채소, 양념을 넣어 찐 요리이다. 오징어 배 안에 내용물을 넣을 때는 약간 헐거운 느낌이 나게 넣어야 하는데, 가득 차게 넣으면 찹쌀이 익으면서 불어서 배가 터지기 때문이다. 오징어찜은 신선한 오징어를 내장까지 그대로 쪄서 조리하는 것으로 울릉도만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울릉도 오징어의 현주소]
최근의 온난화 현상으로 인하여 2003년을 기준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의 평균 기온이 백 년 전에 비해 무려 1도 이상 올라갔다고 한다. 이로 인해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기 시작하여, 오징어의 경우 울릉도 주변에서 많이 잡히며 7~8월에 최성기를 이루었으나 최근 들어 그 수가 격감하면서 오징어 채낚기 성수기가 차츰 겨울로 옮겨 가고 있다. 또한 동해안보다 서해안에서 더 많이 잡힌다고 한다.
2004년 12월 13일자 『조선일보』 기사 중에, “연안 일대의 잦은 수온 변화와 5~6년 전부터 국내 오징어가 서해안과 동해안 전 해역으로 분산되면서 ‘오징어는 곧 울릉군’이라는 명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울릉군 해양수산과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기사가 눈에 띈다. 이 기사에서는 또 “현재 소형어선 백여 척이 매일 출어를 하고 있지만 하루 어획량이 10톤도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울릉도 오징어의 어획량 급감이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의 수온 변화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