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목 ID | GC065012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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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 民謠 |
영어공식명칭 | Folk Song |
분야 | 구비 전승·언어·문학/구비 전승 |
유형 | 개념 용어/개념 용어(일반) |
지역 | 전라북도 무주군 |
집필자 | 이영금 |
[정의]
전라북도 무주 지역의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전해 내려오는 노래.
[개설]
민요는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민중의 노래이다. 즉, 민요는 전문 예능인에 의해 창작된 것이 아니라 민중들 스스로가 삶 속에서 만들어 낸 노래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요에는 민중의 사상·감정·풍속 등이 진솔하면서도 소박하게 반영되어 있다. 민요의 곡조는 누구나 따라 부르기 쉬울 정도로 단조로운 편이다. 민중들은 스스로 즉흥적인 가사를 지어내어 민요 가락에 얹어 불렀다. 무주 사람들은 일을 할 때나 서로 어울려 놀 때, 또는 특별한 의식을 행할 때 민요를 즐겨 불렀다. 따라서 무주 민요에는 무주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양태와 애환이 잘 드러나 있다.
무주군은 행정 구역상 전라북도권에 속하지만, 문화적으로는 영남의 메나리토리권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전라북도 민요의 특성은 대체로 서부 평야 지역과 동부 산간 지역으로 구분하여 설명되고 있다. 평야가 많은 서부 평야 지역, 즉 익산·옥구·김제·정읍·부안 등에서는 민요의 곡조가 육자배기토리를 형성하고 있다. 육자배기토리는 뱃속에서 구성지게 끌어올린 소리를 목으로 눌러 꺾는 창법을 말한다. 전라도의 대부분 지역에서는 민요의 곡조가 육자배기토리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영남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동부 산간 지역, 즉 무주·진안·장수 등에서는 민요의 곡조가 메나리토리를 이루고 있다. 메나리토리는 콧소리를 별로 사용하지 않은 채, 목소리를 주로 사용하여 가늘게 뽑는 구슬픈 창법을 말한다. 메나리토리는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한 함경도·강원도·경상도 지역에서 주로 나타나는 창법이다. 그런데 메나리토리 창법이 전라북도의 동부 산간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무주군은 영남과 인접해 있기 때문에, 메나리토리로 가창되는 영남의 민요가 무주 민요에 크게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무주 지역은 지리적으로 영남과 매우 인접해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영남 지역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었다. 삼한(三韓) 시대를 보면, 현재의 무주군 무풍면을 중심으로 한 무산(茂山)은 변진국(弁辰國)에 속해 있었고, 현재의 무주군 무주읍을 중심으로 한 주계는 마한국(馬韓國)에 속해 있었다. 삼국 시대에 이르면, 주계는 백제에 정복되면서 적천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무산은 신라의 영역에 속해 있었다. 오늘날에는 행정 구역의 개편으로 무주군이 전라도에 속하게 되었지만, 무주 지역은 영남과 호남의 문화 교류가 매우 활발한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무주 문화에는 영남 문화와 유사한 특성들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무주의 「모심는 소리」는 영남의 소리처럼 메나리토리 창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가창 방식도 문답식 교환창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무주 지역에서 조사된 민요에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대체로 노동요, 의식요, 유희요 등의 유형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노동요]
노동요는 민중이 일을 하면서 부르던 노래이다. 혼자서 일을 하거나 여럿이 일을 할 경우, 민중은 노동요를 부르면서 작업 능률을 높이고자 하였다. 특히 여러 사람이 동원된 집단적 노동일 때는 서로 간에 호흡 맞추는 일이 매우 중요했다. 그런 까닭에 사람들은 행동의 통일성을 위해 일하면서 노동요를 불렀다. 또한, 노래에는 흥을 북돋아 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노동의 피로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무주의 대표적인 노동요는 농업 노동요라 할 수 있다. 농업 노동요는 농사를 지으면서 부르던 노래인데, 이를 흔히 ‘농요’·‘들노래’ 등이라고도 한다.
무주 사람들은 논농사와 밭농사를 많이 지었는데, 논농사와 밭농사의 비율은 대략 4:6 정도였다. 논농사를 지을 때는 주로 「모찌는 소리」·「모심는 소리」·「논매는 소리」 등이 가창되었다. 「모찌는 소리」는 모찌는 과정에서 부르던 노래이고, 「모심는 소리」는 모내기를 할 때 부르던 노래이며, 「논매는 소리」는 논매기를 할 때 부르던 노래이다. 「논매는 소리」는 후렴구에 따라 ‘방아 타령’·‘상사 소리’·‘위야 호호 소리’ 등으로 구분되었다. 초벌을 맬 때는 ‘방아 타령’을 불렀으며, 두벌을 맬 때는 ‘상사 소리’와 ‘위야 호호 소리’를 불렀다. 무주는 산간 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논농사보다는 밭농사를 더 많이 지었다. 밭을 맬 때 부르던 노동요로는 「밭매는 소리」와 「시집살이 노래」가 있다. 「밭매는 소리」에는 시집살이를 하면서 밭일을 하는 여성의 애환이 반영되어 있으며, 「시집살이 노래」에는 시댁 식구와의 갈등과 고달픔이 진솔하게 표현되어 있다.
무주 지역에는 농업 노동요 이외에도 다른 목적의 노동요가 다수 존재하였다. 「목도 소리」와 「운재(運材) 소리」는 무거운 돌이나 목재를 나를 때 부르던 노래이며, 「지게 목발 노래」는 나무꾼이 땔감을 구하러 다니며 부르던 노래이다. 또한, 여성들은 길쌈 과정에서 「삼 삼는 소리」나 「물레질 소리」를 불렀고, 방아를 찧는 과정에서 「디딜방아 노래」를 불렀으며, 나물 캐는 과정에서 「나물 뜯는 소리」를 불렀다. 이외에도 여성들이 아이를 돌보며 불렀던 「아이 어르는 소리」·「자장가」·「새는 남에 자고」 등이 있다. 「아이 어르는 소리」는 아이가 울거나 보챌 때 아이를 달래며 부르던 노래이고, 「자장가」·「새는 남에 자고」는 아이를 잠재우기 위해 부르던 노래이다.
[의식요]
의식요는 특별한 의식을 행할 때 부르던 노래이다. 즉, 의식요는 액(厄)을 몰아내고 복을 기원하는 노래인 것이다. 따라서 의식요는 일의 효용성보다는 의례 행위나 기원 의식을 더 중시하고 있다. 무주의 대표적인 의식요로는 「성주굿」·「지신밟기 소리」·「상여 소리」·「달구 소리」 등이 있다. 「성주굿」은 집을 짓거나 이사할 때 성주신에게 기원하는 노래이고, 「지신밟기 소리」는 섣달 그믐날이나 정초에 풍물패들이 마당밟이를 하면서 지신(地神)에게 기원하는 노래이다. 「성주굿」과 「지신밟기 소리」는 재앙을 물리치고 복을 받기 위한 산 사람의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죽은 사람을 위한 의식으로는 「상여 소리」와 「달구 소리」 등이 있다. 「상여 소리」는 상여가 나갈 때 부르던 노래이고, 「달구 소리」는 묘 터를 다질 때 부르던 노래이다.
[유희요]
유희요는 놀이를 할 때 부르던 노래로, 흔히 ‘놀이요’라고도 한다. 노래에는 흥을 돋우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이를 놀이판에서 적극 활용한다. 따라서 유희요는 놀이판에서 가창된 노래라 할 수 있다. 유희요는 크게 성인 유희요와 아동 유희요로 구분된다. 첫째, 성인 유희요는 어른들이 서로 어울려 놀면서 부르던 노래이다. 성인 유희요로는 「도령 부채 노래」·「기다림」·「독수공방 노래」·「쌍금 쌍금 쌍가락지」·「첩 노래」·「시집살이 노래」·「아리랑-산이 노래」 등이 있다. 「도령 부채 노래」·「기다림」·「독수공방 노래」 등은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노래이고, 「쌍금 쌍금 쌍가락지」·「첩 노래」 등은 정절과 축첩 문제를 주제로 한 노래이며, 「시집살이 노래」·「아리랑-산이 노래」는 시집살이의 고충을 담은 노래이다. 이 밖에도 새를 다룬 「새타령」이 있고, 식물을 노래한 「도라지」·「도래이꽃」·「미나리」 등이 있으며, 장신구를 소재로 한 「댕기 노래」·「노리개」 등이 있다. 둘째, 아동 유희요는 아이들이 놀면서 부르던 노래이다. 아이들이 특정한 놀이를 할 경우에는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아동 유희요로는 「다리 빼기 노래」·「술래잡기」·「줄넘기」 등이 있다.
[현황]
무주 사람들은 노동 현장에서나 서로 어울려 놀 때, 특별한 의식을 행할 때 민요를 즐겨 불렀다. 그러나 농촌 공동체 문화가 붕괴되고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되면서, 민요의 전승도 거의 단절될 위기에 처해 있다. 나이 지긋한 노인들이 노인정에서 어울려 놀 때나 무주의 민요가 가끔 가창될 뿐이다. 그러나 집단적으로 부르는 민요인 경우, 여러 명이 선후창 방식으로 부르는 게 아니라 주로 혼자서 부르기 때문에 생동감은 거의 없는 편이다. 또한 노래의 원형도 많이 훼손된 상태이다.
[의의]
무주 민요의 곡조는 대체로 메나리토리를 형성하고 있다. 전라북도 지역의 경우, 메나리토리 곡조는 소백산맥과 맞닿아 있는 무주·진안·장수 등의 동부 산간 지역에서만 주로 나타나고 있다. 동부 산간 지역은 영남에 인접해 있기 때문에, 영남의 민요가 무주 민요에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무주 민요의 가창 방식은 독창·제창·교환창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집단 노동일 경우에는 교환창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교환창이란 후렴구의 분화 없이 가사를 달리하며 주고받는 창법을 말한다. 창자가 다른 내용의 가사를 계속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에, 무주의 노동요에는 민중의 삶과 애환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는 다양한 내용의 가사가 담겨 있다. 반면에 민요의 곡조는 매우 단순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전라북도의 서부 평야 지역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즉, 서부 평야 지역의 민요에서는 기능에 따른 곡조의 분화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무주 민요에서는 곡조의 분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이처럼 곡조의 발달을 이루어 내지 못했지만, 무주 노동요는 애조(哀調)를 띤 소박한 아름다움을 형성하고 있다.
무주의 민요는 무주 사람들의 생활 풍습과 의식, 그리고 독자적인 소리를 담고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무주 지역 민요의 계승과 보존이 절실히 요구된다.